같은 연봉을 넣었는데 왜 답이 다르지
연봉 5,000만원. 이 숫자 하나를 연봉 실수령액 계산기에 넣으면 월 350만원쯤이 나온다. 그런데 종합소득세 계산기에 같은 5,000만원을 넣으면 또 다른 숫자가 뜬다. 둘 중 하나가 틀린 걸까. 아니다. 애초에 묻는 게 다르다.
실수령액 계산기는 "회사가 매달 내 월급에서 미리 떼는 돈"을 본다. 국세청 간이세액표를 따른 원천징수다. 종합소득세 계산기는 "1년을 다 합쳐 정산했을 때 진짜 세금"을 본다. 의료비·신용카드·연금저축 같은 공제가 들어간다. 한쪽은 매달, 한쪽은 1년. 같은 연봉이어도 답이 같을 이유가 없다.
나는 이걸 머리로만 안 게 아니라 두 계산기에 같은 값을 직접 넣어 봤다. 월 원천징수액 × 12와 연 결정세액이 1~2만원이 아니라 꽤 벌어지는 구간이 있었다. 그래서 두 계산기 맨 위에 "이 계산기는 무엇을 계산하나요"를 한 줄씩 박아뒀다. 같은 입력을 넣을 거면, 적어도 무엇을 묻는 칸인지는 알고 넣어야 하니까.
입력이 같아도 '방식'이 다르면 갈린다
세금만 그런 게 아니다. 대출도 똑같다.
3억원을 연 4.5%로 30년 빌린다고 하자. 대출이자 계산기에서 상환방식만 바꿔 보면 이렇게 갈린다.
| 상환방식 | 총 이자(약) | 첫 달 부담 |
|---|---|---|
| 원리금균등 | 2.47억 | 152만원(만기까지 고정) |
| 원금균등 | 2.03억 | 196만원 → 점점 감소 |
같은 3억, 같은 4.5%, 같은 30년. 그런데 총 이자가 약 4,400만원 갈린다. 입력이 같으니 결과도 같아야 한다는 직관이 여기서 깨진다. 어느 쪽이 맞느냐가 아니라, 내 현금흐름이 초반 부담을 견디느냐가 답을 정한다.
출처가 충돌할 때도 있다
가끔은 계산기끼리가 아니라, 세상의 자(尺)가 둘이라 갈린다.
데이터 용량 변환기에 1TB를 넣어 보면 1,024GB로도, 1,000GB로도 나온다. 윈도우 같은 운영체제는 2진법(1,024)으로 세고, 하드디스크 제조사는 10진법(1,000)으로 적는다. 그래서 1TB 외장하드를 PC에 꽂으면 931GB로 줄어 보인다. 고장도 사기도 아니다. 같은 용량을 다른 자로 잰 것뿐이다(1,000,000,000,000 ÷ 1,024³ ≈ 931GB).
이건 어느 한쪽을 고를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그래서 변환기에 1024/1000 토글을 따로 뒀다. 제조사 표기와 맞추려면 1000, OS 표기와 맞추려면 1024. 둘 다 보여주는 게, 한쪽만 정답이라고 우기는 것보다 낫다.
평수도 비슷하다. 부동산 광고는 1평을 3.3㎡로 반올림하는데, 정확히는 3.305785㎡다. 84㎡ 아파트가 광고에선 '34평형'이어도 정밀하게 환산하면 25.4평. 큰 차이는 아니어도, 어느 자를 댔는지 모르면 "왜 안 맞지?"가 된다.
그래서, 계산기를 어떻게 읽나
세 가지만 기억하면 헷갈릴 일이 줄어든다.
- 무엇을 묻는 칸인가 — 월(원천징수)인지 연(정산)인지, 세전인지 세후인지부터 본다.
- 방식이 끼어 있나 — 대출 상환방식, 복리·단리처럼 같은 입력에 갈래가 있으면 결과가 갈린다.
- 자가 둘인가 — 1024/1000, 만 나이/세는 나이처럼 기준이 둘이면 어느 쪽 값인지 확인한다.
계산기는 답을 정해 주는 기계가 아니다. "이 전제로 보면 이 숫자"라고 길을 안내하는 도구에 가깝다. 그래서 결과 숫자 하나보다, 그 옆에 작게 적힌 '무엇을 계산했는지'를 같이 읽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실수령액 × 12와 종합소득세 결과가 왜 다른가요?
A. 실수령액은 매달 간이세액표로 미리 떼는 원천징수고, 종합소득세는 1년을 합쳐 공제까지 반영해 정산한 값이다. 그래서 의료비·신용카드·연금저축 공제가 많은 사람은 연말정산에서 돌려받아 둘 차이가 더 벌어진다.
Q. 1TB가 931GB로 보이는데 용량이 모자란 건가요?
A. 모자란 게 아니다. 제조사는 1TB를 1조 바이트(10진법)로 적고, OS는 그 바이트를 1,024로 나눠 표시한다. 1,000,000,000,000 ÷ 1,024³ ≈ 931GB. 같은 용량을 다른 단위로 센 차이다.
Q. 대출은 원리금균등과 원금균등 중 뭘 넣어야 맞나요?
A. 둘 다 맞다. 총 이자만 보면 원금균등이 적고, 매달 같은 금액이 편하면 원리금균등이다. 초반 몇 년 부담을 견딜 수 있느냐로 갈린다.
위 숫자는 공개된 공식·요율로 뽑은 예시다. 본인 조건은 각 계산기에서 직접 돌려 보고, 세금처럼 확정이 걸린 건 홈택스나 해당 기관 값과 맞춰 보자.